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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IT/독서

이름을 부르는 일

HYUIT 2017. 12. 14. 17:49


<이름 명(名)자에 숨겨진 이야기>

이름을 뜻하는 한자 명(名)은 저녁 석(夕) 밑에 입 구(口)를 받친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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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바야흐로 인류의 생활 방식이 수렵과 채집에서 유목과 농경으로 넘어가던 어느 날 저녁, 온종일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한 아버지와 어머니가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온다.

주린 배를 움켜쥐고 있던 아이들의 귀에
인기척이 들려온다.
하지만 토머스 에디슨이 백열전구를 발명하기 훨씬 전이기 때문에 천지는 어둠과 정적으로 뒤덮여 있다.

영희와 철수는 귀를 쫑긋 세워 발소리에 집중한다.
엄마와 아빠일까,
아니면 강 건너 마을에서 침입한 약탈자일까.
철수는 한 손에 돌도끼를 움켜쥐고 경계의 끈을 놓지 않는다.

순간 부모가 입을 크게 벌려 이구동성으로 아이들의 이름을 외친다.
“영희야, 철수야, 잘 있었느냐? 먹을 것 구해왔다!”

캄캄한 밤, 어둠 속에서 자식의 안위를 확인하기 위해 부모가 목놓아 외치는 것이 바로 ‘이름’이다.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는 행위는 상대방의 편안함과 위태함을, 정체성을 확인하는 일이다.

가족이나 친구의 이름을 말할 때 욕지거리를 섞어 부르고 있다면, 그런 표현이 혀에 착착 달라붙는다면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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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부르는 일은 숭고하다.
숭고하지 않은 이름은 없다.”



- 언어의 온도, 이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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